언~제부터 벼르고 벼르던 조계산 보리밥집을 드! 디~어!! 다녀옵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예상치 못했던 행운도 있어서 더 행복했던 산행으로 기억될 남도 삼백리길 9코스 천년불심길에 일부분이기도 한 산행입니다.
선암사 입구 주차장이 무료네요~ 코로나 때문에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봅니다.
신분증 제시하는 순천시민에 한해서 무료라는 안내표에 500m 남짓 걸어온 주차장으로 다시 되돌아가 신분증을 가져오자는 내 말에 남의 편이 그깟 3,000원 그냥 내지.. 하며 부루퉁합니다. 그 말에 아무리 적은 액수여도, 땅을 파도 안 나오는 3,000원인데 그리 무시하면 부자 되기 힘들 거라고 한 마디 보태므로 등산 뒤에 마실 동동주 한찬 생각에 기대만땅이던 내 맘은 한 풀 꺾이고, 우리의 출발은 냉랭한 사이로 시작합니다.
그래도 사소하지만 기분 좋게 해주는 이런 이벤트는 널리 알려야 합니다.
잦은 장맛비로 등산이 뜸했던 그동안, 동천 ~ 죽도봉 청춘 계단데크길 걷기와 힙업 효과까지 있는 스텝퍼를 열심히 했던 결과인지 엉덩이가 제발 커진듯한 느낌적인 느낌입니다.
오늘 등산에 최종 목적지인 보리밥집까지의 경로를 학습합니다. 편백나무숲길을 지나 큰골 목재에서 송광사 방향으로 조금 내려가면 되는 코스입니다. 힘쓰는 일과 달리 평소 걷는 거라면 뒤지지 않으니 조금의 걱정도 않습니다.
저번 남도삼백리길 1코스인 순천만 갈대길을 걸으며 알게 된 남도 삼백리 길이 총 11개 코스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중에 천년불심길인 조계산 코스를 가고 싶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바로 그 천년불심길에 시작점에 서게 됩니다.
오늘은 천년불심길 완주는 하지 못하겠지만, 오는 가을에는 꼭 완주를 한다는 저와의 약속을 합니다.
장마가 시작돼 계곡에 물이 시원시원하게 흐르는 것이 보기만 해도 좋습니다.
선암사는 자주 오는 곳이기도 하고 종교가 다르기도 해 패스하고, 바로 조계산 보리밥집을 향해 방향을 잡습니다.
등산을 좋아하는 이웃님들은 다들 아시죠?? 한여름에 오는 나무 그늘숲이 얼마나 시원한지를~ 에어컨에 인공 바람과 달리 피톤치드 가득한 청량함 품은 자연바람에서 느껴지는 시원하다 못해 서늘함을 아는 분들은 그래서 바다보다 산을, 계곡을 더 찾게 됩니다. 천년불심길.. 이 길을 걸으면 없던 불심이 생기는 걸까?? 하나마나한 썰렁한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남의 편에게 못 이긴 척 아주아주 슬쩍~만 웃어주는 걸로 화해 아닌 화해를 합니다.
조계산 오르는 길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편백나무숲길입니다. 시원하게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편백나무들을 보며 군데군데 준비해놓은 쉼터에서 남의 편 다리를 베개 삼아 누워있으면 내 머릿속을 어지러이 떠돌던 번민들을 모두 잊는 마법이 일어납니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이웃님들께 강력 추천합니다.
이 단풍님이 빨갛게 물드는 계절이 오면 다시 한번 데리고 와준다는 남의 편의 약속에 행복감 더더블로 상승합니다.
큰골목재로 방향을 잡습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져 오니 조금 속도를 내기로 합니다. 이때까지는 몰랐습니다.
지금 다시 봐도 보기에는 참 이쁜데~ 오르는 동안 절로 곡소리가 나는 돌계단길이 쉬지 않고 이어집니다. 제가 자주 가던 봉화산은 그냥 리얼 동네 뒷산이였던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힘들지 모르고 차 타고 오는 동안 못 참고 먹어버린 옥수수도 생각나고,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돌계단길을 오르고 오르다 보니 드디어 큰 굴목재에 다다릅니다. 내가 힘들다며 투덜댄 건 아무것도 아니였습니다. 힘들다고 징징대는 와이프를 얼르고 달래 가며 겨우겨우 산을 오르는 부부를 추월해 조계산 보리밥집 방향에 내리막길을 내려갑니다.
보리밥집까지 올 수나 있으려나 싶은 부부 얘기를 하며 걷다 보니 어느덧 조계산 보리밥 아랫집입니다. 조계산 보리밥집은 위쪽에 위치한 원조집과 아래쪽에 위치한 아랫집 이렇게 두 집이 있습니다. 저는 어쩌다 보니 아랫집만 연달아 3번째 왔는데, 옆자리 노부부 얘기를 엿들은 결과 아랫집이 보리밥 맛집, 윗집은 파전 맛집이다는 경험담이니 참고합니다.
아 참~ 또 한가지 아랫집이 윗집보다 보리밥 가격이 1,000원이 싼 6,000원이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주차비에 이어 입장료, 그리고 천원 더 싼 보리밥까지 작은 돈이지만 이렇게 아낀 돈을 모아 모아서 의미있는 일에 쓰고 싶은 마음입니다.
오늘 조계산 보리밥집에 최애 메뉴는 모든 반찬을 넣고 쓱쓱~ 비벼준 보리밥을 열무에 싸서 먹는 쌈입니다. 총 3번을 리필하게 된 열무 쌈에, 도토리묵에, 동동주 한잔으로 저는 오늘 세상에서 모든 것을 가진 듯 행복한 뇨자가 됩니다.
동동주 한 잔에 취기가 올라 이쁜척해봅니다. ㅎㅎㅎ 남의 편 사진 실력이 일취월장한 듯 제법 잘 나온 사진에 모델이 이뻐서라고 억지를 부려 보며 투닥투닥거리는 이 시간이 참~ 행복합니다.
오를 때 숨이 턱턱~ 막히게 힘들던 오르막 돌계단길이 동동주에 오른 취기로 내려가려니 무척 힘들고, 또 위험합니다. 이래서 봉화산에서는 보지 못했던 국가 지점번호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조계산 보리밥집, 윗집 아랫집 사장님들~ 등산객에 안전한 산행을 위해서 동동주 도수를 낮춰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다녀온 다른 친구도 동동주 도수가 너무 세서 힘들었다는 얘기를 하니 시판되는 동동주보다 더 센 듯합니다. 이웃님들 참고해서 안전한 산행 하시고 저만큼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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