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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앵무산 등산 - 등산 칼로리

앵무산 정상

순천 해룡면에서 와온해변으로 연결된 국도를 따라 쭉~ 들어오면 해창마을입니다. 해창마을에서 조~금 50m쯤 더 가면 이렇게 앵무산 등반로 입구 표지판과 앵무산 등산로 안내도가 있는 조그마한 주차장이 있습니다. 여기서 출발합니다.

오늘 앵무산 등산 코스는 해창마을 - 해창 용전 사거리 - 곡고산 - 앵무산 정상에서 다시 돌아오기로 합니다.

출발 시 캐시 워크 걸음수가 374보입니다. 오늘은 몇 보를 기록할지 기대 만땅하며 출발합니다.

앵무산등반로 입구
앵무산 등산 코스 결정
374 보에서 등산 시작

걷기 시작한지 2~3분 만에 첫 번째 난관에 봉착합니다. 양쪽으로 나눈 갈림길에서 왼쪽을 보니 길이 끊긴 느낌적인 느낌입니다. 오른쪽 길이 산으로 이어져 있는 것으로 보여 우리에 선택은~ 바로, 오른쪽입니다. 아담한 저수지가 나옵니다. 낚시가 금지되어 있는데 낚시하는 사람이 보입니다. 이 길이 맞는지 확신이 없어 자꾸 뒤돌아 보는데 마침 등산객으로 보이는 남자 3분이 올라옵니다. 우리같이 갈림길에서 살짝 망설이는 듯하더니 우리와 달리 왼쪽 길을 택합니다. 조금 기다려도 돌아 나오지 않는 게 우리가 틀린 듯 해 그분들을 따라 가보니 왼쪽 길이 맞습니다. 큰 일 날 뻔합니다. 순천시청 공무원님들~ 이 갈림길에 앵무산 등산로 표지판 설치 청원합니다. 

첫번째 갈림길
저수지
낡은 표지판

마을 뒷산, 둘레길 느낌에 오솔길을 따라 걷다 돌아보니 순천만과 동천 끝자락이 굽이쳐 흐르는 게 보입니다.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보이는 순천만 풍경 범위가 넓여지며 시야가 딱 뜨입니다. 경치는 봉화산보다 갑입니다.

앵무산 오르면
보이는 경치
앵무산 정상 표지판

저 어릴적 자란 마을엔 탱자나무를 이용한 울타리들이 많았습니다. 어릴 적에는 뾰족뾰족 가시들이 엄청 위협적으로 보였는데, 지금 탱자나무는 어릴 적 추억과 함께 그리움에 대상이 된 지 오래라 반가운 마음이 앞섭니다. 그래도 날카로운 가시는 상당히 무섭습니다.

어릴적 추억 소환
탱자꽃

소나무 잎이 수북이 깔린 오솔길, 푹신한 감촉과 함께 진한 소나무향이 느껴지는 게 운동과 함께 피부 관리하기 참 좋은 산입니다.

소나무잎 깔린 오솔길
앵무산 2.3 km

이때까지는 몰랐습니다.

가끔 보이는 산악회 띠지를 보며 '이런 동네 뒷동산에도 산악회에서 오는구나' 했던 내 생각이 얼마나 경솔했는지를요.

산악회 띠지가 보이는 데에는 다 그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오르막길에는 이렇게 잡고 올라갈 수 있는 밧줄이 있어도 혼자 힘으로 씩씩하게 올라갑니다. 

첫번째 오르막길
등산이 주는

텀블러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타서 양 손에 들고 팔 운동을 겸해 열심히 흔들어 주며 산에 오르다 보면 이런 크림 한가득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맛볼 수 있습니다. 산이 저에게 주는 선물들 중에 하나입니다.  산은 저에게 참 많은 것을 아무 대가 없이 나눠주는 부모와 같은 존재입니다. 그래서 산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를 볼 때면 맘이 참 아픕니다. 다음 주에는 쓰레기봉투와 집게를 준비해서 쓰레기를 주우며 등산을 하자는 얘기를 몇 주째 하고 있는데 자꾸 까먹고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꾸 되뇌다 보면 언젠가는 실천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선물, 크림 아메리카노

앵무산에 특징 중 하나는 인공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 날것 그대로에 모습입니다. 이런 다듬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 산과 더 가까워지는 느낌입니다.

내가 좋아했던 영화, 지금도 후속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영화 '아바타'에서 봤던 풍경과도 닮은 듯해 찍어 봅니다.

다듬지 않은
날것 그대로
자연스러운
앵무산 풍경

두 번째 오르막길입니다. 첫 번째 오르막길 경험이 있었던 저는 이 정도쯤이야 하며 계단도 두 계단씩 뛰다시피 올라갑니다. 두 계단씩 올라가니 딱 32계단입니다. 자연이 주는 스쿼트 등산, 거기에 2계단씩 오르는 파워 스쿼트를 하며 오늘 등산 칼로리 제대로 불태워 볼 생각을 하는 제 자신이 나름 대견합니다. 이 때는 몰랐습니다. 제가 얼마나 오만했는지를요.

두번재 오르막길
아직 끝나지 않음
계단길은 두 계단씩

계단을 파워 스쿼트로 오른 날 반갑게 맞아 주는 의자에 앉아 눈 앞에 딱 트인 경치를 보며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히니 금방 재충전 완료, 다시 출발합니다.

곡고산 삼거리에서

 

보이는 해룡면, 도사동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은 진리입니다. 계속되는 오르막길에 계단을 2계단씩 오르면 촐싹댔던 제 자신이 원망스럽습니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올라 나무를 붙들고 헉헉 거리다 무심코 바라본 왼쪽 편으로 광양만이 펼쳐집니다.

앵무산, 경치로는 봉화산보다 훨씬 유명할 거 같은데 왜 나는 그동안 몰랐던 건지 의아합니다.

제가 남의 편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습니다. 힘들어서 헉헉 거리며 앵무산을 우습게 봤던 벌을 받고 있는 저를 두고 혼자 신이 나서 뛰어 올라갑니다. 내리막길이 아니고 오르막길이니 소심하게 빌어 봅니다. 확~ 넘어져부러라~

끝..나지 않은 오르막길
왼쪽으론 광양만
혼자 신난
남의 편
거의 암벽 등반 ㅎ

거의 암벽 등반에 가까운 산행을 하며 등산 칼로리 불태우며 오른 곡고산 정상, 오늘 목표인 앵무산 정상에 오른 기쁨에 버금갑니다. 여기서 돌아가고 싶은 맘이 들지만 순천만에서 순천시내, 그리고 광양만에 이르기까지 정말 막힌 속이 뻥 뚫리는 경치에 앵무산 정상에는 또 어떤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되는 맘이 더 커 계속 가기로 합니다.

곡고산 정상

곡고산 정상에서 보이는 풍경

이런 체육시설을 볼 때마다 드는 의문입니다. 이런 산속에 와서 이 기구들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요?

여기서부터는 여수시에 속하나 봅니다. 뒤돌아본 운동기구들에 여수시 마크가 보입니다.

산속의
체육시설

길이 확~ 넓어진 이유는 시 예산 차이일까요? 둘이 나란히 손을 맞잡고 걸어도 될 만큼 넓습니다. 오래간만에 사진 촬영을 핑계로 손을 잡아 봅니다. 당연하게도 가슴이 뛴다든지 하는 반응은 전혀 1도 없습니다.

둘이 나란히 
손잡고 걸어도 되는 등산로

새파란 하늘이 보이는 풍경에 정상인 줄 속았습니다. 하지만 사방이 딱 틔여 보이는 광양만과 여수산단까지 보이는 경치는 정상에 버금갑니다. 

정상임??
광양만
여수산단까지

봉화산엔 이미 지고 찾아볼 수 없는 벚꽃을 앵무산에는 아직 피어 있습니다. 앵무산이 봉화산에 비해 기온이 낮은 듯합니다. 벚꽃뿐 아니라 진달래 꽃등 봄꽃들이 종종 보입니다.

지각한 벚꽃

드디어 앵무산 정상입니다. 곡고산에서 돌아가고 싶었던 맘을 떨치고 올라온 보람이 있습니다. 360도 뻥 뚫린 경치에 일주일 동안에 알게 모르게 쌓였던 스트레스가 싹~ 풀리는 듯합니다. 아직 한 번도 안 가본 이웃님들 꼭 한번 가 보도록 합니다.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앵무산 정상

앵무산 정상에서 보이는 순천만

더욱 가까워진 여수산단

앵무산에서 다시 돌아 주차장으로 내려가려던 애초 계획을 급 수정합니다. 봉화산은 왕복 1시간 30분 걸리는데 앵무산 등산을 하는데 1시간 30분이 걸립니다. 이렇게 오래 걸릴 거란 예상을 못해 물과 커피만을 가지고 산행 후 점심을 계획했던 지라 배가 몹시 고픕니다. 빨리 내려가 시내버스를 타고 주차장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사랑 어린이학교를 목표로 내려갑니다. 배가 고프니 맘도 몸도 덩달아 바쁩니다.

정자
하사마을로 go~
하사마을 go~

분명 하사마을 0.7km을 보고 조금만 더 힘을 내자고 서로를 응원하며 내려왔는데, 하사마을이 다시 1km로 더 길어졌습니다. 우리가 왔던 길만큼 빠져야 되는데 더 길어지다니 여기서 이 표지판에 대한 믿음이 확~ 쪼그라듭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며 생각합니다. 순천만 쪽으로 내려가는 게 주차장에서 더 가까울 거 같다는 판단을 하고 농주마을을 택해 내려갑니다. 

농주마을 택!

정말 쭉~~ 내리막길입니다. 평지 찾기 힘듭니다. 절대 혼자 오기에는 적절치 않습니다. 게다리 걸음을 시전 합니다. 무릎 보호와 미끄럼 방지를 위해 옆으로 옆으로 걷습니다.

내리막길
계속
내리막길

점점 차 소리, 여러 가지 기계소리 등 소음이 가까워집니다. 모텔을 지었다 폐업한듯한 건물을 지나 왼쪽으로 난 큰길을 지나치고 그냥 쭉 직진하는 오솔길을 택해 나오니 곧 차가 다니는 도로가 보입니다. 오늘에 긴 앵무산 등산 여정에 끝이 보입니다.

끝이 보인다~
농주마을 버스정류장

요즘 참 살기 편한 세상입니다. 처음 와 보는 동네에서도 전혀 당황함 없이 시내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안 되는 게 없는 세상입니다. 15분쯤 기다리니 기다리던 97번 시내버스가 옵니다. 손님이 저희 말고는 아무도 없습니다. 오래간만에 타보는 시내버스마저도 즐겁습니다.

97번 버스
12,303 보 달성!!

오늘 앵무산 등산, 걸음 수로는 12, 303 보 달성합니다. 등산 칼로리가 궁금해 네이버 칼로리 계산기에 제 몸무게와 산행시간을 입력해보니 1,070kcal 소모로 나옵니다. 등산 칼로리 계산도 스마트폰 하나로 이렇게 쉽습니다. 

그동안 저는 겁보라 주로 다녔던 봉화산만 다녔습니다. 이번 앵무산 산행으로 앞으로는 다른 산들도 자주 다녀볼 생각입니다.

앵무산, 봉화산보다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작은 둘레길 같은 오솔길에서 시작해 다듬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리고 가장 으뜸인 시야가 확 트이는 경치가 다시 또 오고 싶은 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