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챙겨줄 어린이가 없는 저희 부부는 지난번 앵무산 산행에서 봐 뒀던 천왕산을 산행을 준비합니다. 앵무산 산행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 몹시 시장했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 김밥을 쌉니다. 땡초 김밥, 구운 계란, 아이스 아메리카노, 생수를 챙겨 출발하는데 날씨가 흐리고 오후에 비 소식이 있다고 해 맘이 급합니다.
오늘 등산 코스를 점검합니다. 해창마을에서 출발해 해창 용전 사거리에서 앵무산 방향이 아닌 천왕산으로 가는 코스로 약 2.4km거리입니다. 왕복 4.8km를 걷는 동안에 1km~2km는 맨발 걷기도 계획합니다. 힘차게 출발~
지난 산행에서는 보지 못했던 꽃이 보입니다. 찍어 와서 블로그에 올리며 검색을 하니 검색이 원활하지 않아 다음 산행부터는 현장에서 바로 검색하기로 하고 오늘은 그냥 올립니다. 고사리처럼 보이는 식물이 있어 찍어서 고사리 박사인 언니한테 카톡을 합니다. 고사리보다 더 맛있는 고비라고 저 보고 뜯어 오라고 하는데 저에 목적은 등산이지 고비 체취가 아닙니다. 그리고 산행 중에 식물을 함부로 채취하면 안 된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어서 보기만 하는 걸로 만족합니다.
첫 번째 갈림길인 해창 용전 사거리입니다. 여기서부터 천왕산까지는 2km입니다. 저번 앵무산 산행이 아주 만족스러웠던 까닭에 이번 천왕산은 또 어떤 매력을 보여줄지 기대 만땅입니다.
등산로가 심하게 좁습니다. 천왕산도 앵무산 못지 않게 자연 그대로에 모습일 듯합니다. 오르막길을 올라 5분~10분 정도를 갔는데 이정표도 등산로도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아 더 이상 산행이 불가능해 보입니다. 앵무산 산행을 계획하면서 블로그를 참고했던 기억이 나서 급하게 검색을 해 봤으나 천왕산에 대한 글은 쉽게 찾아지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천왕산 산행은 포기하고 다시 해창 용전 사거리로 돌아와 구운 계란을 간식으로 먹으며 앞으로의 일정을 의논합니다.
기대했던 천왕산 산행이 무산된 실망감과, 곧 뱀이 나올 거 같은 등산로를 걸으면 잔뜩 긴장한 몸과, 잔뜩 찌푸린 하늘까지.. 오늘 산행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가까운 와온해변에 가서 점심을 먹기로 결정합니다.
산을 오를 때는 보이지 않았던 이름 모를 봄꽃들이 산을 내려갈 때는 참 많이 보입니다. 사람 마음 가짐에 따라 이리 같은 길을 가도 달라 보이는 풍경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토끼풀꽃을 보니 어릴 적 생각이 납니다. 이 꽃으로 반지도 만들고, 팔찌도 만들고, 목걸이도.. 그리고 화관까지 만들어서 하면 공주님이 된 듯했던 때가 말입니다. 이웃님들도 이런 추억 있으시죠?^^
어릴 적 저희 집은 복숭아 농장을 했습니다. 아빠는 가장 크고 달콤한 복숭아는 팔지 않고 우리 가족이 먹게 했습니다. 이북 출신으로 6.25 때 피난 내려와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셨던 아빠는 자식들에게는 좋은 것만 먹이고 싶어 하셨습니다. 지금은 맛볼 수 없는 그때 그 향긋하고 달콤했던 복숭아, 지금도 가끔 생각납니다.
지난 산행에서 보이지 않던 여러 가지 봄꽃들을 구경하며 내려오니 오늘 등산은 1시간 10여 분 만에 마무리됩니다. 가까이에 있는 와온 해변 소공원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차를 타고 이동합니다. 여기 오니 오늘이 어린이날인 게 실감이 납니다. 어린이날을 맞아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여기저기 많습니다. 이미 테이블은 만석이라 바로 앞에 바다가 보이는 평평한 바위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땡초 김밥에 참치 고추냉이 마요를 곁들여 먹습니다. 땡초 김밥이라 부르기가 무색하게 맵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참치와사비마요를 곁들어 먹으니 괜찮은 맛입니다.
이 곳, 와온해변에서 순천만 용산 전망대까지 둘레길이 있나 봅니다. 이정표에 3.1km라고 안내되어 있습니다. 다음 주말 야외 운동은 여기서 순천만 용산 전망대까지 걷기로 결정합니다.
비록 천왕산 산행이 중도 포기되고, 덩달아 맨발 걷기도 못 해서 아쉬움 많은 날이었지만, 계획에 없이 갑자기 갔던 와온해변에서 다음 운동코스를 발견하게 된 걸로 아쉬움을 달랩니다.
마지막으로, 천왕산 등산로 표지판만 믿고 산행을 할 저같은 시민을 위해 등산로 정비와 이정표 정비를 순천시에 건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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