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요리

바다고동 삶는 법 - 엄마와 오랜만에 데이트겸 고동 잡기 체험

얼마 전에 남의 편 직장, 같은 팀원들 낚시모임에 강제 소환돼 갔다 너무 따분해 운동삼아 근처 돌아보다 발견한 바다고동을 하나, 둘 줍다 보니 한 봉지 주워와 여러 가지 요리에 넣어 맛나게 먹었던 기억에 남의 편을 조르고 졸라 수소문해 봅니다. 요즘 부쩍 우울해하시는 엄마께 바닷바람 쐬러 놀려가자고 하니 아이처럼 좋아라 따라 나셔십니다. 이때까지 몰랐습니다. 엄마가 바다고동 잡기 대회 나가도 될 만큼의 숨은 고수임을, 남의 편과 내가 잡은 양보다 엄마 혼자 잡은 양이 더 많습니다. 놀이 삼아 잡기 시작한 바다고동 잡기가 너무 열심히 하시는 엄마 때문에 죽기 살기가 돼버리고, 마지막 하나까지 버리지 않고 까느라 이틀이 걸려 당분간은 바다고동 쳐다도 안 보게 되는 역효과가 납니다.

 

탱글탱글 쫄깃쫄깃~


장갑까지 준비해 오신 바다고동 잡기 달인이신 엄마와 거의 두 시간 가까이 잡은 듯합니다. 누군가 우리 모습을 봤다면 놀이 삼아하는 게 아니고 생계를 위한 고동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줄 알겠다는 농담을 하며 간식으로 준비해 간 삶은 감자와 토마토를 게눈 감추듯 먹어 치웁니다. 역시 노동 후에 이런 야외에서 먹는 간식은 꿀~맛입니다. 

바다고동 잡는 모녀~

여수에 왔으니 수산물시장에 들러 늦은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하고 바다고동 잡기 작업을 마무리합니다. 엄마가 선택한 오징어회와 내가 선택한 뿔소라~ 정말 정말 꿀맛입니다. 생선회는 안 먹느냐는 사장님 말씀에 우린 해산물을 더 좋아한다고 했더니, 손 많이 가고 맛있는 것만 골라 먹는다고 한마디 하시네요. 맛나게 잘 드시는 엄마 모습에 앞으로 더 자주 모시고 나와야겠다는 약속을 하며 엄마와의 추억 쌓기를 마무리합니다.

엄마는 오징어파, 나는 뿔소라파


잡아온 고동은 완벽한 해감을 위해 굵은소금을 짭조름한 바닷물 농도로 맞추고 6시간 이상 뚜껑을 덮고 어두운 상태로 두니 고동들이 다시 집에 돌아온 줄 알고 신나 합니다. 저는 시간상 하룻밤을 재웁니다.

바다고동 해감시키기

해감을 끝낸 바다 고동을 깨끗이 여러 번 씻어 줍니다.

깨끗이 씻기

바다 고동이 잠길 만큼에 물을 부어주고, 된장 2큰술을 풀어 준 다음 팔팔~ 끓여 주면 맛있는 바다고동 삶는 법입니다.

된장 2큰술 넣고,
20분 삶기

20분 삶아준 다음에 체로 건져 한 김 식혀 줍니다.

건져 한김 식히고

이제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고 앉아 까주기 시작합니다. 처음 이쑤시개를 이용해보다 나무로 된 이쑤시개가 자꾸 젖으면서 계속 바꿔줘야 해 낭비가 심하고 고동도 잘 잡아지지 않아 뾰족한 송곳과 바늘을 끓는 물에 소독해서 사용해 본 결과 마지막 선택은 바늘입니다. 까고 또 까고 또 까고 계속 깝니다. 무한 반복합니다. 

본격적으로 까기

이렇게 깐 바다 고동은 소분 후 얼려놨다가 계란찜이나, 부추전, 쌈장, 된장찌개, 바다 고동 회무침 등등 여러 요리에 활용도가 정말 높습니다. 비록 손이 많이 가고, 노동대비 양이 적은 단점이 있지만 내가 직접 잡아 더 탱글탱글 쫄깃쫄깃한 바다 고동 맛은 소라 맛에 전혀 뒤짐이 없습니다.

바다고동 넣은 계란찜
바다고동 듬뿍 넣은 부추전
더 맛 좋은 부추전

평소 양배추 쌈을 좋아하는 딸이 생각나는 건 어쩜 당연한 일입니다. 졸업작품전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느라 짧은 방학에도 오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딸에게, 이번 주 반찬 보내는 날에는 엄마에 정성이 잡으면서 한번, 까면서 한번, 두 배로 들어가 더 맛있는 고동살을 보내 딸에게 이쁨 받습니다.